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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4 연극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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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4 오후 3시 / 아트원씨어터



세상 만사는 그 자체일 뿐이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자체일 뿐이란다.

(책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중 알란 칼손의 어머니 이야기)



먹을 음식과

잠잘 침대

이야기를 나눌 친구와 할 일

그리고 한 잔의 술

(이 연극의 주인공 알란 칼손이 평생 바라고 추구하던 것)


알란 칼손의 인생은 이 두가지로 요약될 수 있을 거 같다.


 


내 생일 기념으로 친구가 표를 끊어주었다. 자그마치 1열,

초연과 재연 모두 보았지만 배해선 알란과 함께 한 이 날 공연은 콘서트같은 느낌이었다.

너무나 유쾌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게 정말 가능할까?

그게 정말 가능했어. 알란

(아인슈타인의 사촌동생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전보)



사실 이 연극 초연 소식을 들었을 때, 이게 정말 연극으로 가능할까?

캐릭터저글링이 뭐지? 굉장한 궁금증으로 공연장을 찾았었다.

초연의 충격과 놀라움, 사실 그 때의 놀람과 감동은 다시 느끼긴 어려웠지만

극 중,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그게 정말 가능했다. 신기하고 놀라왔다.


세상만사, 일어난 일은 그 자체일 뿐, 그리고 일어날 일은 일어나니 미리 걱정하지 말라는 말..

알란은 의도하진 않았지만 그의 인생에는 폭발과 사망하는 사람들이 늘 따라다닌다. (알란은 폭탄 전문가다. ㅜㅜ)

그 때 알란은 다시 돌아보지 않고 그 상황에서 자신의 최선의 선택을 할 뿐이었다.

이 연극은 그의 삶을 판단하지 않는다. 그저 그의 인생을 쫓아가며 보여준다.


마지막, 알란 칼손은 고향에 돌아와 유일하게 고양이 '몰로토프'에게 마음을 준다.

몰로토프는 알란의 감정이 드러난 유일한 대상이었고 몰로토프의 죽음에 처음으로 분노라는 감정을 드러낸 것 같다.

어쩌면 어머니의 말이 지금껏 그의 삶을 지배했기 때문이 아닐까..

허긴 그렇기 때문에 그 격동의 세월을 버티어 왔을 것이다.


그리고 100세가 된 날, 편안하고 안락한 양로원을 탈출해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또 다른 시작을 한다.

그저 음식과 침대, 친구와 할 일과 술만 있으면 만족이다.




초연부터 이 연극은 젠더프리였다.

남자, 여자의 구분없이 5명의 배우가 저글링을 하듯 끊임없이 배역을 바꾸어 가며 연기한다.

1열에서 보니 배우들의 거친 숨과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그대로 보인다.


최고의 공연이었다. 3시간 가까이 최선의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에게 감사하다.

자신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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