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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 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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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2017년 6월 7일 오후 4

장소 : 동양예술극장 1관


(오래 전에 쓴 리뷰지만.. 지금도 계속되는 뮤지컬이라 소감을 올려 봅니다.)


4번째 빨래..  보고 싶었을까?

아마 일 그만 두면서 닥칠 여러 환경들을 생각하며 뭔가 위로받고 싶었던 같다.

빨래의 인간 군상들을 보면.. 최소한 내가 처한 현실들보다는 어려우니까..

비겁하긴 하지만.. 이런 것도 위로가 된다.


홍광호 이후 웨스트엔드에서 투이역을 했다는 조상웅 배우를 보고 싶기는 했다

하지만 시간이   맞다보니.. 임강성 배우의 솔롱고를 보게 되었다. 

나영 역의 여배우도 박지연 배우가 유명하다는 .. 모두 시간이  맞아.. ㅎㅎ

하지만.. 후회없는 선택이었다.


지금까지 빨래를 보면서 다른 사람들 보다는 주로 솔롱고와 나영이 보였던 것이 사실인데.. 

정말 다른 인물들과 너무  녹아들어서 특별히 주목되는  아니라 그들과 함께 어우러진 삶으로 보여졌다.

  

☆ 역시나 눈물 흘리게 배우는 집주인 할머니 역의 장이주 배우..

 (그래도 지금까지 최고의 할머니는 김국희 배우다.. 대사와 눈물을 잊을 없다.)

 극 중에서 무릎 아픈 할머니의 모습을 어찌나 묘사해 내는지.. 

 주위에서 그런 할머니들, 특히 박스줍는 할머니들 모습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배우가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관찰을 하고 연습을 했을까.. 공감이 간다

 한번씩 공연하고 나면 무릎허리가 꽤나 아플  싶다

   

 장애 둘이를 향한 사랑, 그리고 말은 함부로 하는 같아도 

 고만고만한 처지의 세입자들을 향한 연민.. 

 너무나 고단한 삶에 대해 화를 내고 포기하고 싶기도 했을텐데.. 

 처연하게 받아들이고 남편과 딸을 수발들며 작은 (빨래) 기쁨을 찾는 모습..

 뮤지컬 공연이긴 하지만.. 

 실제 현실 속에서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같이 공감하고 눈물 흘리게 된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냄새를 피우는 법이여.."

 그렇지.. 잘났든 못났든.. 피우는 냄새는 다 똑같은 것이고.. 똑같은 사람이지..


 "네가 살아 있응게, 빨래를 하는 것이제

  내가 아직 살아 있응게, 빨래를 하는 것이제..

  이것이 살아 있다는 증거잉게.. 암씨랑도 안허다.. 

  이것이 살아 있다는 증거잉게.. 암씨랑도 안허다.."


 암씨랑도 안허다.. 반복되는 이 말속에 울컥한다..

 저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가슴을 치며 눈물 흘리는 많은 날들을 보냈을까..

 

☆  속에 길이 있네, 속에 돈이 있네를 외치는 서점 주인 .. (박정표 배우.. 멋지다 ㅋㅋ)

 지난 10 이후 3월까지.. 최순실 사태와 대통령 탄핵 사태를 보면서.. 

 그렇게 책도 많이 읽고 서울대 가고 똑똑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하 

 잘못된 일인 알면서도 지시대로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직도 유행 중인 인문학 열풍을 보면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사람답게 살자는 결국 요지인데.. 

 왜 우리의 똑똑하고 잘난 정치인들은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읽은 수많은 책들 속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갈까를 찾은 아니라.. 

 서점 주인이 외치는 것처럼 속에서 돈과 출세의 길을 찾은걸까? 아직도 이게 궁금하다.


임강성 배우의 솔롱고

 솔직히 이런 배우가 아니 가수가 있는 줄도 몰랐다

 허긴 지금까지 문학, 예술, 음악에 완전히 쌓고 살았으니.. ㅎㅎ

 처음 등장할 너무나 날씬함에 놀랐고.. 

 그리고 어눌한 말투에 놀라고 걱정이 되었다. 오늘 공연, 괜찮을까..


 근데.. 취객에게 당한 나영에게 하는 솔롱고를 보면서.. 

 자신의 처지에 대한 슬픔 보다는 자신이 아끼는 사람을 지켰다는 기쁨을 느낄 있었다

 지금까지 봐온 솔롱고들은 자신의 슬픔과 아픈 현실을 부각시켰었는데 

 임강성배우의 솔롱고는 다른 느낌이었다. 그게 좋았다


 비록 그들의 마지막 대사처럼 집도 사고 차도 사고 여행도 가고.. 

 아이도 낳고..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솔롱고와 나영의 마음이라면 행복할 같다.


희정엄마 역의 최민경배우

 처음 보는 . 하지만 예전 빨래 커튼콜 영상에서 몇번

 대학로 공연의 매력은 이렇게 현실감 있는 분들을 있는거다

 TV에서라면 저런 외모를 가진 분들을 천편일률적인 모습으로 만들어 버리는데..

 현실적인 아줌마 모습을 보여줘서 좋았고 서점 직원으로 나올 때의 모습도 좋았다.

 

 그렇게 장사를 하면서  돈을 모으지 못했을까.. 그런 남자 좋아서 만날까?

 잘 모르겠다. 이런 말은 잔인할 수도 있지만 삶의 태도를 바꾸지 않는 이상 

 평생 저런 사글세 방에서 주인할매랑 싸우면서 쓸쓸한 노년을 보내게 수도 있다.


 하지만.. 안에 있는 사랑, 연민.. 그의 삶에 대해 누가 봐도 성공한 삶도 아니고.. 

 어찌보면 천박한 삶이지만.. 정말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외면하지 않는 용기.. 그게 아름답다.

 그래.. 어떤 일에 관심을 가지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 손을 내미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이번 정권이 바뀐 이후.. 동안 숨겨졌다가 알려진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마음을 울린다.

 이전 정권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사람들을 억압했었는데.. 

 그 와중에도 무릎꿇지 않고 소신대로 살아 많은 소시민들.. 그들의 삶을 보면서 배운다.


어떤 사람들은 2007년도 이야기이고 현실성이 없다고 하지만

소시민들의 삶의 모습은 어느 시대, 어느 시기나 비슷한 거 같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빨래'는 위로하는 힘이 큰 대표적인 힐링뮤지컬인 것 같다.



넘버들 중 인상깊은 몇 가지

☆ 서울살이 몇핸가요?

 여러 배우들이 부르는데, 어느 부부가 부르는 부분이 다가왔다.

  서울살이 10년, 세번째 적금통장 해지

  어디어디 살아보셨나요?

  봉천동, 석관동, 미아리, 옥수동

  다니고 다니다 깨진 건 적금통장 그리고 부부금실

 역시 사는 건 다 똑같다. 왠만한 부부들이 경험한 일들일 것이다.

 그야말로 경험자들만이 느끼는 웃픈 가사다.


☆ 나, 한국말 다 알아

 귀여운 마이클은 '나, 한국말 다 알아' 하면서 욕을 쏟아낸다.

 웃기기도 하고 과장같은데 이것이 현실이란다.


 잘 아는 의사선생님이 외국인 노동자 진료 봉사를 오래 하셨었는데

 한국에 6년 계신 외국인 노동자의 말이 다 욕이라 이상해서 물어 봤더니

 6년간 공장에서 욕만 들었다고, 다른 말을 배우지 못했다고 하더라고

 속상한 마음에 이야기하신 적이 있었다.

 아, 이게 과장이 아니고 현실이었구나. 

 

 사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은 사회 문제도 일으키고 있고

 솔롱고처럼 선하고 잘생기고 노래를 잘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들이 사람으로서 기본적인 예의를 지켜 주어야 할 텐데,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갑을 문제도 이런 기본적인 것에서 발생하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  예뻐요

 처음 부를 때는 '나완 다른 사람..' 이라며 다가갈  없는 마음을 노래하지만 

 나중에 부르는 ' 예뻐요'에서는 '나와 닮은 사람'으로 부른다. 역시 사랑은 아름답다.


☆ 빨래

 아름다운 내용의 넘버다.

  난 빨래를 하면서 얼룩같은 어제를 지우고

  먼지같은 오늘을 털어내고 주름진 내일을 다려요

  잘 다려진 내일을 걸치고 오늘을 살아요


☆ 내 딸 둘아

 들을 때마다 눈물나는 곡, 할머니의 굴곡진 인생과 투쟁, 통찰이 묻어나는 곡이다.


☆ 아프고 눈물나는 사람 

 우리도 때리면 아프고 슬프면 눈물나는 사람인데

 사람들은 모른 척 살죠 모른 척 눈감고 살죠

 모른 척 눈감고 귀 막아도 우린 숨 쉬며 살죠

 같은 하늘 아래 아프고 눈물 흘리며 살아가요


 가사가 참 아프다. 

 때론 내 삶의 평화로움과 안락이 내가 모른 척 하는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게 아닐까..


마지막 서울살이 몇 핸가요? reprise의 가사

 빨래처럼 흔들리다 떨어질 우리의 일상이지만

 당신의 젖은 마음 빨랫줄에 널어요

 바람이 우릴 말려 줄 거예요

 당신의 아픈마음 꾹 짜서 널어요

 바람이 우릴 말려 줄 거예요

 당신의 아픈 마음 털털 털어서 널어요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진리인 듯 싶다.

 중학교 1학년 즈음, (와, 30년 전이네.) 어떤 선생님이

 '인생은' 이라는 명제를 주시며 뒤에 1줄로 자신의 생각을 말해 보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인생은 달콤한 사탕이다."라고 이야기했는데

 선생님이 조금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살아보면, 결코 그렇지 않단다." 라고 이야기하신 적이 있었다.

 

 살아보니, 선생님의 말씀을 전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때론 달콤하지만 어떤 때는 삼키기 조차 힘든 쓴물이기도 하고

 때론 달콤과 씁쓸함이 같이 있고, 종잡을 수가 없다.


 위에서 말하듯 걸려있다가 떨어지는 빨래처럼

 삶에는 늘 기복이 있고 자주 젖은 마음이 되지만,

 다시 용기를 내어 그 마음을 꾹 짜서 너는 것, 

 다시 말라서 뽀송해진 마음으로 다시 부딪치고..

 그것이 우리의 살아가는 모습인 거 같다. 


 다시 부딪치는 것이 중요하다. 

 내 주위에 맞닥드린 상황에 절망하고 욱해서 잘못된 선택을 해서, 

 그래서 늘 마음 한켠에 아픔과 미안함이 된 친구들이 몇 있다.


 나도 하나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우울하고 내성석인 내 성격으로는 

 인생의 씁쓸함에 넘어져 그대로 은둔해 버리고, 어쩌면 극단적인 마음을 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치 앞을 모를 힘든 상황에서도 의지하고 신뢰할 분이 있어 감사하다.

 내가 원하는 응답이 아니더라고 상관없다. 나는 사랑받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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