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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 오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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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31일 명동예술극장 오후 7시 30분




(사진출처 : 국립극단 홈페이지)



연극으로서 아주 만족스러웠던 공연이었다.

3시간이 1시간처럼 지나갔고 

배우 한분 한분 최선을 다해서 멋진 공연을 펼쳐 주셔서 감사했다.


오슬로 협정이 체결된 1993년이면 대학을 가기 위해 한창 공부하고 있던 때였다.

뉴스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소식도 꽤 들어본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와는 관계없는 듯한 먼 나라의 소식들이었지만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탄압이 너무 심한 것은 아닌가..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이 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비극을 외면하지 않고

해결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는 한 노르웨이의 부부의 노력으로부터 시작된다.


남편 티에유와 외교부에서 일하는 아내 모나 율은

팔레스타인을 대표하는 PLO(팔레스타인 해방기구)와 이스라엘 사이를 중개하며

둘 사이의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들의 노력은 이스라엘 비정치인들의 접촉부터 시작해서

결국 이스라엘 고위간부들의 협상까지 이끌어 내며

완전히 불가능할 거 같았던 역사적인 오슬로 협정의 체결까지 이끌어 낸다.

오슬로 협정을 통해 팔레스타인은 자치정부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 협정에 불만인 이스라엘 강경파에 의해

이스라엘 라빈 총리가 피살되면서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갔고

팔레스타인도 PLO가 신뢰를 잃고 이슬람 원리주의를 내세운 하마스가 집권하면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은 협정 이전보다 더 강경한 관계가 되어 버렸다. 


오슬로 협정의 정치적인 의미 같은 것은 잘 모르겠다.

그리고 극 중에서는 노르웨이 부부의 노력이 미화된 것일 수도 있다.

외교, 정치라는 것은 항상 자국의 이익이 우선이기 때문에

그들이 연극에 나오는 것처럼 양국의 평화만을 위해서 

협정을 중개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거 같다.


그러나 극 중 티에유와 모나 율의 능력은 정말 탁월했다.

총쏘고 죽이는 관계에 있는 두 나라의 대표들을 데려다가

회의실에 밀어 넣어 불꽃 튀는 논의를 하게 하고

저녁에는 푸근한 만찬을 마련해서 그들이 친구가 되도록 유도한다.

그 속에서 점차로 인간 대 인간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결국 오슬로 협정까지 체결되도록 이끈 것이다.


연극에서도 이렇게 불꽃 튀는 외교 전쟁이었는데 실제는 어떠했을까.. 

라빈 총리가 암살되지 않았다면 역사는 바뀌었을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평화적으로 지낼 수 있었을까..




지난 해 여름, 요르단 여행을 다녀 왔었다.

렌트카를 타고 구글 어스에 의지해서 요르단 구석구석을 다녔었는데

아름다운 와디럼의 사막과 거대한 돌산, 웅장한 페트라의 장관도 놀라웠지만

차를 타고 가다 우연히 만난  높은 언덕 아래 펼쳐진 돌산은 

마치 바다 속을 보는 듯 신비롭기까지 했었다.


와디럼 사막         페트라



페트라






요르단은 이스라엘과 경계를 하고 있는 중동의 중립국가로

유명한 사해 또한 이스라엘과 요르단에 걸쳐져 있다.


많은 사람들이 요르단 여행을 한다니까 안전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오히려  이스라엘이 테러로 위험해서 사해 근처에 가니 

우리나라 외교부의 안전 관련 문자가 계속 날라왔었다.


중동 지방 사람들을 대하면서 느낀 것..

개인적으로 그들은 순박하고 너무나 친절했다. 

그러나 그들의 종교적 신념은 정말 확고했고

그들의 삶은 철저히 유일신 알라를 믿는 이슬람에 맞추어져 있었다.

이스라엘 또한 유일신 하나님을 믿는 유대교가 삶의 중심이니

이 둘은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것이었다.

오히려 이런 이들이 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앞으로 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연극을 보면서 어찌할 수 없이 우리나라와 북한의 관계도 생각하게 되었다.

쉽게 결론 내릴 수 없는 복잡한 관계들이다.


평화롭게, 가장 좋은 길로 이끌어 주시기를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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