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18년 2월 23일 오후 8시
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시놉을 보고 흥미가 생겼던 작품이다.
마침 네이버 공연전시 이벤트를 하기에 지원했다가 덜컥 당첨되는 바람에 보게 되었다.
(다음 날도 예매한 연극이 있어서 2일 연속 대학로에 가다.. 결국 월요일에 넉다운됨.. ㅎㅎ)
시놉시스를 보고 흥미를 가진 이유..
1.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사실 대단하다고 느꼈다.)
2. 적국 포로들에게 이렇게 관용을 베푼 이유가 무엇일까?
연극을 보고난 후 이해가 되었다.
중국이 공산국가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국민당을 몰아내고 공산당이 정권을 잡은 이후, 공산당은 일본군 포로들에 대해서
"죄는 일본의 군국주의에만 있고, 일본의 인민에게는 없다."라는
전제를 내세워서 포로들을 공산주의 인민으로 "개조(?)" 하려고 했다.
어쩌면 자신들의 사상과 체제의 우월성을 전 세계에 드러내고 싶었던 듯하다.
연극은 조금 지루하게 진행되었다.
후에 다시 올린다면, 갈등을 좀더 극명히 드러내고, 전쟁 피해자들의 아픔과 상처도 더 드러내 주면 좋겠다.
극의 배경이 된 무순은 1932년, 일본의 극악한 대학살(약 3000여명)이 자행되었던 곳이다.(무순 평정산촌)
그래서인지 첫 장면은 학살로 숨진 사람들의 유골을 찾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사실 이런 연극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사실이었다.)
1막에서는 포로수용소에 일본군 포로들이 도착하기 전, 갈등하는 간수들과 시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성난 군중들에게서 일본군 포로들을 보호하고 그들에게 잘 대해 주도록 명령을 받은 간수들도
실제로는 전쟁에서 일본군들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었다.
그런 갈등을 극명하게 드러낸 캐릭터는 '왕흥'이었는데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자신의 가족 모두를 우물에 밀어 죽인 일본군인과 일본인들을 향한 분노로 인해
일본인 여자와 어린아이, 그리고 무순 포로수용소로 피난 온 일본인 사업가를 죽여 버린다.
2막에 더 이상 그가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도 당의 정책에 반한 행동으로 인해 징벌을 받지 않았나 생각된다.
하여간 일본군 포로들이 오기 전 유골들을 발굴하고 정리하면서
중국인 간수들은 착찹한 심정을 감추지 못한다.
개인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최고의 잔학한 원수들인데
개인의 감정과 상처와는 상관없이 그들을 대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무순전범관리소에서는 이 프로그램이 시행된 후 전범들에 대한 한명의 사형도 없었고
6년간의 교화 프로그램이 끝난 후, 일본군 포로 대부분을 일본으로 돌려 보냈다고 한다.
와우..
2막에서 일본군 포로들은 편안한 환경 속에서 자신들의 행위를 돌아보고 뉘우치는 '자백서'를 쓰도록 요청받는다.
자백서를 아주 무성의하게 쓰는 사람도 있고, 실제 마음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런 척 원하는 자백서를 쓰는 사람도 있었다.
또 지금까지 일본군대에서 배워 온 내용과 다른 현실을 보면서 견디지 못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쨋든 그들은 이 자백서를 쓰면서 자신들의 잔인한 범죄를 직면하고 뉘우치도록 요구받는다.
이 자백서와 중국 전역에서 일본군들의 만행을 고발하는 사람들의 탄원서를 기반으로
일본군 포로들과 중국인 간수들이 연극을 기획하고 2막의 마지막은 이 연극을 올리는 것으로 끝맺게 되었다.
진짜 일본군 포로들은 뉘우쳤을까?
중국의 공산주의 사상으로의 인간개조는 성공했을까?
그리고 엄청난 학살과 공포를 경험한 무순의 사람들은 어떻게 그 상처와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었을까?
극복했을까? 아니면 국가 정책이다 보니 가슴을 치며 그저 참아내었을까?
정말 죄는 일본의 군국주의에만 있었던 것일까?
당시 귀환한 일본군 포로들이 '중국귀환자연락회'라는 모임을 만들고 사죄비를 만들었다는 내용을 보니
몇몇 개인들의 참회를 이끌어 내긴 한 것 같다.
하지만 일본은 지금까지도 전쟁과 그들의 만행에 대해 제대로 된 사죄를 하지 않고 있다.
무순전범관리소에 975명의 일본군 전범들이 있었다는데, 이들의 참회는 일본에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 것 같다.
또 전범들에게 이렇게나 관용적이었던 중국 공산당은 이후 문화대혁명으로 자국민들을 향해 무자비한 학살을 자행한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무순전범관리소는 '무순의 기적'이라고 불릴 정도로 전 세계에 놀라움을 준다고 한다.
비록 많은 사람들을 잔인하게 학살한 전범들일지라도 그들의 생명을 지키고 인간적인 대우를 한 것은
휴머니즘 차원으로 인정하고 박수를 쳐 줄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떤 교육을 통해 사람을 개조할 수 있다.. 어쩌면 너무나 오만한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자녀에 대해서, 사람을 바꾸는 힘이 나에게 없다는 것을 날마다, 순간마다 인정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하나님께 기도로 무릎 꿇을 수 밖에 없었다.
연극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역사였다.
내용을 보고 '진짜로 이게 가능해?' 하면서 놀라웠고..
하지만 곧 중국 공산당이 자신들에 반대하는 이들(소수민족들)을 얼마나 잔인하게 탄압하고 숙청했는지를 생각해 보면
결국은 그저 오만한 인간의 아이디어일 뿐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래도 무순전범관리소를 통해 1000여명의 사람들이 살았고
자신들과 국가의 잘못을 뉘우치는 소리를 내고 있겠지.. 일말의 위로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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