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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4 뮤지컬 '메피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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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4일(수) 저녁 8시 / 광림아트센터 BBCH홀



하루 연차내고 쉬는 날, 50% 할인권이 나왔다는 소식에 급히 당일 A석 예매

(예전에 티몬에선가 굉장히 저렴한 표가 있었던 거 같긴 하지만.. 만족스러운 공연에 이 정도 가격은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ㅎㅎ)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인지 알았더니 원작은 체코에서 왔다고 한다.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각색했다고 한다.




괴테의 '파우스트'를 원작으로 하다보니 내용은 꽤 익숙하고 새롭지는 않다. 

(하지만 '파우스트'를 끝까지 읽지는 않아서..ㅎㅎ)

인간 파우스트를 타락시키기 위한 악마의 노력과 성공한 줄 알았던 그 순간, 구원받는 파우스트..


이 극을 보면서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된 단어는 '늙음과 초라함'이었다.

파우스트는 자신이 늙지 않았다면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파우스트에게 메피스토는 젊음과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하지만 젊음과 아름다움을 받은 파우스트는 메피스토의 지휘를 받게 되고 결국엔 파멸하여 다시 늙고 초라한 파우스트로 돌아간다.


늙음과 초라함이 같은 것인가?

현대 사회는 늙음이 잘못된 것인양 또는 병처럼 생각하게 만든다.

외적인 늙음을 추하게 보다 보니, 자연스럽지 않은 방법으로 외모를 돌이키려 애쓰게 된다. 

(물론 건강하게 늙기 위한 운동, 식이요법은 당연히 해햐할 일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관련 업체들에겐 엄청난 돈이 되는 일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면을 돌아보는 것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옛말엔 40대는 불혹(유혹받지 않음), 50대는 지천명(하늘의 뜻을 알게 된다.), 60대는 이순(귀가 순하여 져서 아무 이야기를 들어도 분노하지 않는다..)이라 하여 나이듦과 인격의 성숙을 같이 놓고 보았는데.. 지금은 아무래도 다른 것 같다.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집니다."

(고린도후서 4:16 새번역)


이 말씀이 40대 중반을 넘어가는 내가 추구해야 할 모습인 것 같다.




전에 같은 장소(광림BBCH홀)에서 김법래 배우를 보았을 때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서 이번에 조금 불안해 했는데, 와우.. 귀에 쏙쏙 박히는 동굴 보이스, 정말 멋졌다. 오페라 글라스를 통해서 보니, 그의 얼굴 근육 하나하나.. 섬세하게 연기하고 있었다.


뮤지컬에서는 이렇게 멋진 배우가 TV에서는 이상한 조폭, 찌질하고 비양심적인 사업가 같은 역할을 주로 하니 참 아쉽다.

(TV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에서 그의 연기를 소름이 끼쳤다. 

아버지의 영향력 아래에서 자신의 잘못이 뭔지도 깨닫지 못하고 그저 아버지의 호통을 피하는 것만이 중요한.. 몸만 큰 어린이 같은 모습을 정말 잘 연기했다.)


그래도 최근엔 '엄유민법'을 통해서 많이 알려지고 있어서 좋다.


신인 시절, 공연 기획사에서 급여가 지급되지 않아 공연 보이콧을 했었다고 한다. 

보통 공연을 위해 관객들은 1~2달 전부터 예매하고 기대하고 기다린다. 

공연을 보러 갔는데.. 배우들의 보이콧으로 공연을 하지 못한다..? 관객들은 아마 엄청 황당하고 화가 났을 것 같다.


하지만 공연을 보면 볼수록,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앙상블 배우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고 자연스레 그들의 처우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그 사건 이후, 20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이들 배우들에 대한 처우는 여전하다고 한다.

그래도 이제는 여러 단체, 채널을 통해 현실을 알리고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 다행이다. 

이런 시간과 노력들이 쌓이면 변화가 생기겠지. 




파우스트 역할을 한 배우는 아이돌 켄이라는데.. 뮤지컬로는 처음 보았다. 

아이돌이라 노래는 역시나 잘 하고 연기도 만족 ^^


캘리역의 황한나 배우의 연기가 마음에 들었다.

쾌락만을 쫒고 퇴폐적인듯 했지만 그 마음에 칼을 숨기고 마지막 반전을 준비한다.


정상윤배우는 전날 '너를 위한 글자' 실황 생중계에서 사랑에 빠진 순수한 남자 연기를 너무나 잔망스럽게 잘 해서 기분좋게 보았는데.. ㅎㅎ 오늘 보세티는 최고 빌런이다. (메피스토를 빼고)

어떻게 어제와 오늘, 이렇게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지?




무엇보다 이 뮤지컬의 압권은 영상과 무대 장치의 활용이었다.

영상을 통해 아름다운 거리, 지하철, 자동차 추격씬, 도시의 야경, 지옥의 불꽃 등..

그냥 보면 아주 단순한 무대인데 영상이 완전히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경사진 무대였던거 같은데.. 바닥의 레일을 이용해 무대 장치들을 이동시킨 듯 하다.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 영상, 음악, 무대 장치의 이동..

이 모든 것을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맞추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

좋은 작품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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