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24일 오후 5시 / 예스24스테이지3관
2017년, 처음 이 연극을 봤을 때는 충격에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힘들었었다.
극 중, 계속 말장난을 해대는 마이클이 얄밉기도 하고.. 이해할 수 없었는데.. 마이클은 계속 메세지를 던지고 있었던 거다..
자신이 엄마에게 사랑받았던 시간은 단지 엄마 뱃속에 있었던 10개월이었다고..
아이가 태어나면 1분 1초, 모두 사랑해 주라는 마이클의 말..
당시 아이 때문에 힘들어 하던 내게 던져진 강력한 메세지였다.
2019년, 다시 보게 된 '엘리펀트송', 이번엔 느낌이 조금 다르다.
마이클은 '엄마'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는 못했지만..
닥터 로렌스와 간호사 피터슨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마이클을 '아가'라 부르며 세심히 보살펴 주는 피터슨의 모습은 엄마의 느낌이었다.
그러나 마이클은 왜 그런 '마지막 선택'을 했을까..
누군가 자신을 위해 안타까이 울어주는 것이 보고 싶었을까?
극단적 상황에서 자신이 정말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을까..?
아니면.. 충분한 사랑을 받았으니 떠나고 싶었을까..
마이클은 어린 시절, 부모의 무관심이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난 원래 주변 사람들한테 상처를 줘요. 그게 내 본성이니까.."
참 아픈 말이다. 그런데.. 부모에게 학대받는 많은 아이들은 그 상황을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마지막.. 피터슨에게 '안소니'를 맡기는 것을 보면 그는 피터슨의 진심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닥터 로렌스 또한 마이클을 연민과 사랑으로 대했던 게 확실하다.
그러나 어린시절 부모가 채워줬어야 할 부분이 텅 비어 있다보니..
마이클은 다른 사람들의 사랑과 진심을 계속 의심하고 확인하고 싶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든다.
참 슬픈 연극인데.. 이상하게 마음은 따뜻하다..
정일우, 잘 생겼다. 자신만만한 마이클.. 그러나 자신의 본심이 살짝 드러날 때 보이는 불안감, 아이같음.. 잘 표현했다.
지난 번 보았던 고수희 배우의 피터슨은 여전히 좋다. 섬세하게 마이클을 살피고 어떻게든 마이클의 마음을 돌이키려 애쓰는 피터슨의 모습을 잘 보여 주었다. 마이클의 마지막 선택이 피터슨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기게 될까..
"마이클, 약속해. 절대로 바보같은 짓 하지 않겠다고.."
좋아하는 이석준 배우, 냉철한 듯 보이지만 마이클에게 향하는 호기심과 연민을 잘 표현해 주었다. 마지막 마이클의 선택에 놀람과 절망으로 주저앉는 그의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
참.. 아픈 극인데.. 처음 봤을 때는 그저 아픔과 충격이었는데.. 이번엔 이상하게 마음이 따뜻하다.
텅 비어있던 마이클의 마음이었지만 피터슨과 닥터 로렌스 그리고 닥터 그린버그의 사랑으로 조금은 채워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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