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랫만의 관극..
친구가 전쟁같은 피켓팅을 뚫고 끊어준 표였습니다.
코로나로 여러 번 미루어졌던 공연인지라..
배우들은 마지막 공연을 하는 것처럼 최선을 다했고 관객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해 주었습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홍광호란 배우를 보지 않았다면.. 이렇게 뮤지컬에 빠져들지도 않았을 테지요.
2018년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정말.. 마음을 울리는 공연이었습니다.
홍광호 배우의 연기는 더 깊어졌고 더 익살스러워 졌으며 노래는 기도와 같은 간절함을 담고 있었습니다.
코로나로 오랫동안 볼 수 없었던 관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그대로 채워 주었습니다.
알돈자의 김지현배우, 뮤지컬 '여명'에서도 주인공 '여옥'을 맡아 꿋꿋하게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여성을 연기했었는데, 맨오브라만차에서도 돈키호테를 만나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정원영, 김대종 배우도 여러 작품에서 만났었네요. 그리고 다른 배우님들, 특히 '새야 작은 새야'를 부르는 안셀모역 김이삭 배우의 목소리가 너무 부드러워서 여러 번 쳐다 보았습니다. (근데 아름다운 곡과는 다르게 나쁜 넘들이라..ㅜㅜ)
2018년에도 좋았었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알돈자와 그녀의 변화가 눈물날 정도로 크게 다가왔습니다.
2018/06/13 - [놀이터/공연.영상.전시] - 뮤지컬 - 맨 오브 라만차
노새끌이들이 알돈자를 성추행하고 폭행하는 장면은 많이 순화된 듯 합니다.
불쾌할 수도 있는 장면이지만, 끊임없이 알돈자를 건드리고 추행하고 심지어 폭행하는 그들의 모습은 내가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여러 힘든 일들처럼 느껴졌습니다. (정말 노새끌이들은 지치지도 않고 알돈자를 괴롭힙니다. ㅜㅜ)
사람마다 차이는 있을지언정 고통없는 사람은 없고 누구나 살아가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한 고비 넘기면 또 한 고비, 쉬지도 지치지도 않고 삶의 문제는 다가오지요.
돈키호테는 여관의 하녀이자 (비자발적) 창녀인 알돈자를
일방적으로'둘시네아', '최고의 아름다운 성녀'로 부르고 그렇게 대접합니다.
물론 돈키호테의 말도 안되는 환상이지만,
그의 말과 행동 속에서 알돈자는 한번도 받아보지 못했던 환대를 받습니다.
처음엔 어이없는 말처럼 여겼다가, 그 말을 받아들이고 노새끌이들에게 호의를 베풀다가 심한 폭행을 당하고 버려집니다. 그리고 그런 헛된 희망을 심어준 돈키호테에게 '당신이 가장 잔인한 사람'이라며 원망을 퍼붓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죽음 앞의 돈키호테를 찾아가
나는 '둘시네아'라고 선포합니다.
앞으로의 삶이 변하든, 변하지 않든,
알돈자는 자신을 존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말도 안되는 돈키호테의 'Impossible Dream'을 자신의 꿈으로 받아들입니다.
이런 알돈자의 결정은 그녀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경험상..
내가 나를 존중하고 인정하기 시작하면,
나의 태도가 적극적, 긍정적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나의 바뀐 태도를 대하는
다른 사람들의 태도와 반응도 바뀝니다.
개인적으로 나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용기를 내야 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끊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노력은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누군가는 알돈자처럼 용기를 내면 좋겠습니다.
"나는 둘시네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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