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실력검증 된 배우들이라 연기와 노래 모두 최고였습니다.
하지만.. 지루하고 참신하지는 못하다고 느꼈습니다.
표도르 도스트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현대적 재탄생이라는데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너무나 재미있었고 정말 아껴보고 싶은 뮤지컬이었는데..
같은 원작을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왜 이리 아쉽게 느껴졌을까요?
도스트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내용은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이미 누가 범인인지 아는데 계속 그것을 추적해 가는 상황들이 상당히 지루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버지 존 루키페르의 돈가방을 두고 서로 탐하고 "돈이 신이야"를 외치던 극에서 갑자기 신이 있다, 없다, 양심, 희생과 사랑, 미필적고의의 살인을 얘기하는 것도 뜬금없이 느껴졌습니다.
원작을 다 읽지는 않았지만 기억하기에 신과 신앙, 인간에 대해 깊은 성찰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사람의 마음 묘사도 얼마나 섬세한지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극은 원작의 망나니 큰아들 드미트리를 순정파의 선한 테오로 만들어 뭔가 신파스러워져 버렸습니다.
사일러스의 범죄의 이유도 잘 표현되지 못한 상태에서 급하게 원작 이야기로 돌아가는 바람에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극이 되어 버렸습니다.
배경이 1997년인데 갑작스런 신앙과 양심으로의 회귀는.. 글쎄요..
원작에선 너무나 중요한 화두였지만 이 극에서는 많이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다음 공연에서는 조금 더 개연성있는 전개가 되면 좋겠습니다.
배우들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박시원 배우의 무대에서 뿜어내는 카리스마와 광기가 무서웠습니다. 노래는 말할 것도 없구요.
테이배우, 조환지배우, 김산호배우의 무대는 처음이었는데 와.. 감탄이 절로 나오는 연기와 노래였습니다.
고은영배우에게서는 깊이 드리워진 슬픔과 절망이 느껴져 안타까왔고
한유란배우에게서는 두 형제의 비극에 정말 가슴아파하는 엄마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결론적으로 배우님들의 연기와 노래는 최고였습니다.
공연에서 악한 아버지의 영향력에 대해 '실체없는 공포'라는 대사가 나왔던 거 같습니다.
근데.. 어린시절 양육자에게 입은 상처는 결코 실체가 없지 않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나타나게 됩니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무의식적으로요.
깨닫지 못하면 평생 죽을 때까지 상처와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나는 왜 이럴까' 자책하며 살아가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극 중의 테오와 루크 형제는 다행히 엠마라는 좋은 양육자도 있었기 때문에 원작과 달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부정적인 어린시절의 상처가 내 삶을 흔들지 않도록 어떻게 해석하고 치유할 것인가..
인생의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놀이터 > 공연.영상.전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0619 뮤지컬 '1976할란카운티' (0) | 2021.07.02 |
---|---|
20210229 음악극 '올드 위키드 송' (0) | 2021.05.28 |
20210428 미켈란젤로 특별전 (0) | 2021.05.03 |
20210214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0) | 2021.02.20 |
뮤지컬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중 '운명' (0) | 2020.0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