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에 한번,
올해 공연장에서 한번, 그리고 네이버 녹화 중계로도 한번 더 보았습니다.
그만큼.. 감동이 컷던 공연입니다.
상처입은 두 남자의 치유기
♠ 한 늙은 남자가 있습니다.
그는 현재 오스트리아 한 대학의 성악 교수입니다.
그리고 그는 유태인입니다.
2차 세계대전 중, 독일 유태인 수용소에 있었고
강제로 동족들을 가스실로 인도하고
그들의 유해를 치우는 일을 했습니다.
그는 그 시절을 절대 기억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는 친구를 사귀지 않습니다.
그 친구가 죽으면 슬픔은 오롯이 살아있는 그 남자의 몫이 되기 때문입니다.
♠ 또 다른 젊은 남자가 있습니다.
그는 미국 국적의 피아니스트이며 유태인입니다.
어린 시절, 피아노 신동으로 불리던 남자는
어느 순간, 피아노가 지겹습니다.
그저 자신은 어느 유명한 음악가의 모자를 쓰고
그의 피아노곡을 연주하는 테크니션이라 여깁니다.
그러나 그는 음악을 즐겁게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다시 피아노를 배우러 오스트리아에 갑니다.
그런데 피아노를 배우러 간 곳에서 뜬금없이 성악 교수와 수업을 하게 됩니다.
♠ 이 둘이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으르렁대며 티격태격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젊은 남자는 진짜 음악, 감정이 있는 음악의 즐거움을 깨닫습니다.
오페라를 보고 난생 처음, 음악으로 인한 터질 듯한 감동을 느낍니다.
다 드러내지 않고 음악 안에 숨겨둔 진정성의 아름다움을 깨닫습니다.
독일 나치로 인해 상처입은 오스트리아와 독일을 여행하고 유태인으로서 자기 정체성도 찾습니다.
늙은 남자는 젊은 남자를 가르치며
트라우마로 기억조차 하지 못했던 수용소 시절의 이야기를 음악을 빌어 담담히 털어 놓습니다.
뛰어난 교수이지만 지금까지 과거에 머물러 학생들을 가르치지 못했었는데
드디어 그는 트라우마를 털고 일어나 한국 학생들(유태인같은 고통을 겪은)을 제자로 받아들입니다.
♠ 올드 위키드 송
이 연극은 슈만의 가곡 '시인의 사랑'을 따라가며 진행됩니다.
마지막 16번째 곡의 영어 제목이 바로 '올드 위키드 송'입니다.
이제 마음을 열고 서로를 듣기 시작한
두 남자는 함께 이 '올드 위키드 송'을 노래합니다.
끔찍한 과거의 악몽이여
이제 다 깊이 묻어두리니
내게 커다란 관을 주오
그 안에 무엇을 담을지 말할 수 없지만
내 많은 것들을 담으리니
그 관은 저기 하이델베르크의 맥주통보다 훨씬 더 커야 하리라
내게 두껍고 단단한 나무로 만든 상여를 주오
그 상여는 저기 마인츠의 다리보다 훨씬 길어야 하리라
내게 12명의 거인도 데려다 주오
그들은 저기 라인 강변 퀠른 대성당의 성크리스토포보다 훨씬 더 강해야 하리라
그들이 상여를 짊어지고 던져 세상의 바닥 저 깊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혀야 하네
저렇게 거대한 관에는 마땅히 거대한 무덤이 필요했으니
나의 관이 왜 저렇게 커다랗고 무거웠는지 그대들은 아는가
내 그 안에 사랑을 넣어 가라앉혀야 하기에
고통 역시 함께 넣어야 하기에
마지막 이 노래처럼
두 사람은 과거의 아픔들을 관 속에 넣어 깊은 바다 속으로 떨구어 버립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합니다.
공연장에서 남경읍 배우를 처음 보았습니다.
진정성 넘치는 연기가 진짜 멋있었습니다.
마쉬칸 교수 그 자체로 느껴졌고 그 아픔에 저도 모르게 울컥하게 되었습니다.
이재균 배우도 처음이었습니다.
공연장에선 남경읍 배우에 푹 빠져 봤는데
네이버 중계에서는 이재균 배우의 연기들이 새롭게 보였습니다.
훌륭한 연기로 이 멋진 연극의 감동을 오롯이 느끼게해준 배우들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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