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관람 : 2018년 8월 5일 오후 6시
캐스팅 : 문태유, 최대훈, 손지윤, 김지휘, 김대곤
2차 관람 : 2018년 9월 9일 오후 6시
캐스팅 : 이우종, 양승리, 손지윤, 육현욱, 김대곤
하지만 생쥐야, 앞날을 예측해 봐야 소용없는 건
너만이 아니란다.
생쥐와 인간이 아무리 계획을 잘 짜도
일이 제멋대로 어그러져
고대했던 기쁨은 고사하고
슬픔과 고통만 맛보는 일이 허다하잖니!
로버트 번스 '생쥐에게 To a Mouse' 중에서 / '생쥐와 인간'(비룡소) 중
이 작품의 원작 소설의 처음 제목은 'Something That Happened ' 즉 '일어난 일' 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영국시인 '로버트 번스'의 시 '생쥐에게'를 읽은 후,
소설 제목을 '생쥐와 인간(Of Mice and Men)'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연극을 보고 소설을 읽어보니 이 제목이 너무나 잘 이해가 간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한 두 인물들, 조지와 레니
그들은 다른 농장 노동자들과는 달리 미래를 향한 꿈을 꾼다.
다른 이들은 혼자서 다니며 한달간 열심히 일한 돈을 흥청망청 써 버린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를 의지하고 짝을 지어 다니면서
함께 농장을 소유하고 자유롭게 일하는 삶을 꿈꾼다.
무엇보다 레니는 부드러운 털을 가진 토끼를 정말 키우고 싶어한다.
조지는 실제로 자신들이 구입할 수 있는 농장도 알아 보았고
캔디 노인의 도움을 받아 한달 뒤면 농장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생쥐가 열심히 만들어 놓은 집도, 모아놓은 식량도
인간의 한번의 쟁기질에 완전히 무너지듯이
이들의 계획도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완전히 무너져 버린다.
존 스타인벡은 미국 대공황기의 절망을 탁월하게 그려낸 작가라고 한다.
이 연극(연극 본 후, 소설도 읽었다.)은 그 시대, 하루벌이 두 노동자의
꿈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너무나 담담히 그려낸다.
너무나 차분하고 담담해서.. (배우들도 절제된 연기로 보여 주었다.)
공연이 끝난 후,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 여운이 계속.. 지금까지 남아있다.
어찌하란 말인가.. 현실의 꿈..
날마다 '내년엔 더 낫겠지.',
'이 꽉 막힌 일이 내년엔 풀리겠지..'
미래에는 더 나아질 것이라는 소망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이 소망이 사라졌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 연극에서는 본인들이 원하지 않았던 외부 요인으로
컬리의 부인이 죽고, 레니도 죽고, 조지는 절망과 자책 속에 남겨진다.
인생이 전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재미있었지만 무겁게 보았던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에서도
무인도에 고립된 6병사들도 앞으로의 계획들이 있었지만
'한국전쟁' 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앞에서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인간의 삶이 그런 것 같다.
지금 그럭저럭 살아가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인간..
현재의 어려움 속에서도 차곡차곡 미래를 위해 준비했는데..
어이없는 사건으로 완전히 무너져 내려서 도저히 회생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기도 하고..
갑작스런 사고, 죽음 등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일들..
답을 찾기 어려운 사건들..
그러하기에 내 영혼의 목자이신 하나님을 신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영혼의 목자이신 하나님을 의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더, 현실 속에서 '레니'와 같은 발달장애인을 대하는 법을 배워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4년 한 발달장애인이 어린 아이를 던져서 사망케 한 사건이 있었다.
그는 살인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무죄를 받았다.(아이 부모에겐 기가 막힐 일이다.)
이 연극에서도 레니는 전혀 악의가 없는 성추행, 살인을 저지른다..
비장애인이 발달장애인을 어떻게 대하고, 서로를 보호해야 하는지,
또 그들에게 필요한 모든 지원과 교육, 도움을 사회가 제대로 공급해서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고가 없도록 해야 하겠다.
배우들의 연기는 나무랄 데 없었다.
조지역의 문태유 배우는 조지 그대로 였고
신주협 배우는 조지의 우정과 아픈 감정을 잘 나타내 주었다.
레니역의 최대훈, 양승리 배우는
ㅎㅎ 거대하고 순진한 레니를 잘 연기해 주었다.
컬리를 때린 후, 토끼를 키우지 못할까.. 염려하며
조지에게 잘 이야기하려 애쓰는 레니.. 아이같은 순진함을 잘 표현해 주었다.
1인 2역을 담당한 배우들, 특히 김대곤 배우님 연기가 좋았다.
'보도지침'에서 남자역으로 처음 봤었는데
목소리와 연기가 아주 인상적이었었다.
이 연극에서 한 사람이 완전히 다른 성격의 칼슨과 캔디를 연기하는 게 신기했고
같이 관람한 남편은 전혀 같은 사람이라고 눈치채지 못했다고 한다.
컬리부인 손지윤 배우, 적은 등장이지만 사건의 도화선이 되는 중요한 역할이다.
남편은 망원경으로 보았는데, 손지윤 배우의 표정 하나하나
컬리부인을 연기하고 있었다고 감탄스러웠다고 한다.
2번이나 보았어도 그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왜 고전이 오랫동안 사랑받는지.. 알게 하는 작품이었다.
'사이토 다카시'의 책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에 이런 구절이 있다.
"대부분의 경영학 서적들은 답을 제시한다.
반면에 대부분의 소설들은 위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것이 내가 가르침을 얻기 위해 소설을 즐겨 읽는 이유다."
이 말의 의미를 알게해 준 훌륭한 연극이자 소설이다.
좋은 가르침을 주어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