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 킬롤로지 / 정의의 사람들

           

 

지난 주 일요일(2018년 10월 21일), 연극 '정의의 사람들'을 관람했다.

이전에 본 연극 '킬롤로지'와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느낌을 적어 본다.

킬롤로지

2018년 4월 29일 관람

캐스팅 : 이석준, 이주승, 김승대

엄청난 충격을 안겼던 작품...

대부분 독백으로 구성되었으나 

세 배우의 연기가 뛰어나다 보니 지루함없이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다시 보고 싶었으나.. 워낙 충격적인 내용이라

마음이 준비되지 않아 재관람은 포기했던 작품이다.

현대 사회 게임의 폐해 등.. 이야기할 것은 많았지만

결국 가족, 특히 아들에게 아버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극이었다.

▶ 폴의 이야기

강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폴은 아버지에게 인정받으려

회사를 경영하고 엄청난 부를 축적하지만

결국 인정은 받지 못하고

그런 아버지에게 복수하듯이 '킬롤로지'라는 게임을 만든다.

'킬롤로지'는 사람(게임 속 캐릭터)을 잔인하게 죽이는 것으로 점수를 매기는 게임이다.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캐릭터가 죽어가는 모습을 끝까지 쳐다봐야 점수를 얻는다.

게임 속에서 폴의 첫번째 폭력과 살인의 대상은 아버지였다.

현실에서 폴은 죽음을 앞둔 아버지의 연명치료를 한다.

그런데 그것은 아버지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아버지를 미워해서 편하게 놓아주고 싶지 않아서인 것 같아섬뜩했다. 

결국 폴은 아이를 입양해서 키우려 했지만, 

제대로 된 아버지가 되지 못하고 아이를 파양해 버린다.

▶ 데이브 이야기

또 다른 아들, 데이브

어릴 때, 부모가 이혼하면서 데이브는 9살 이후로 아버지를 본 적이 없다.

당연히 먹고 살기 바쁜 엄마는 데이브를 잘 돌봐주지 못했고

데이브는 킬롤로지 게임 속 캐릭터처럼 현실 속에서 고통스러운 살인을 당한다.

▶ 알란의 이야기

데이브의 아버지이다.

9살 이후로 데이브를 만나 보지도 않았지만

(강아지 한마리를 사주고 떠나버렸다.)

16살 데이브의 죽음을 알게된 후,

게임 '킬롤로지'를 만든 폴을 죽이려 했지만.. 결국 실패한다.

그는 데이브의 죽음이 게임 때문이라고 생각하여

사람들과 연대하고 여론을 형성하고 폴에게 압박을 가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데이브를 상상한다.

막 태어났을 때부터..

죽임을 당하지 않았다면 되었을 모습까지..

정작 아들에게 필요할 때에는 아버지 역할을 하지 못했으면서

그가 죽은 후, 모든 책임을 '폭력적인 게임'에 돌리는 모습은 참으로 씁쓸하다.

정의의 사람들 (알베르트 카뮈의 희곡)

연극 '정의의 사람들'의 중요 주제 중 하나는

목적을 위해 수단이 정당화 될 수 있느냐였다.

즉, 대다수 국민들의 자유와 풍요를 위해

한 개인, 즉 총독을 죽이는 살인 행위가 올바른 것인가?

이것 또한 살인인가? 아니면 정의로운 심판인가?

혁명당원들은 이것을 논쟁하고 고민한다.

목표인 총독에게 폭탄을 던지려 했던 당원 야네크는 

그 마차에 총독의 조카 아이들이 타고 있어서 결국 폭탄을 던지지 못한다.

2일 후, 총독 혼자 있을 때에야 폭탄을 던질 수 있었다.

야네크가 첫번째 시도에서 실패하고 돌아 왔지만

한 사람을 제외한 모든 당원들이 야네크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를 위로하며 다시 거사를 준비한다.

야네크가 감옥에 있을 때 ,그가 죽인 총독 부인이 면회를 온다.

그녀는 '당신이 죽인 사람'은 그저 평범하고 다정한 내 남편이었다고 이야기하고

야네크가 참회한다면 특사를 청해 목숨을 구해 주겠다고 회유한다.

하지만 자신이 정의로운 심판을 했다고 생각한 그는 몇일 후 새벽, 홀로 교수형을 맞이한다.

알베르트 카뮈는 1905년 실제 러시아에서 일어났던 세르게이 대공 테러를 배경으로 이 극을 썼다고 한다.

당시 러시아 국민들은 극심한 고통에 처해 있어서 황제와 군국주의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한 상태였다고 한다.

물론 이후 러시아는 1917년, 볼셰비키 혁명으로 인해 군국주의가 무너지고

1991년, 혁명으로 세워진 소련이 해체되기까지 많은 격동의 역사를 겪게 된다.

역사는 잘 모르지만, 이후 소련 공산당이 자행한 엄청난 피의 숙청을 떠올려 보면

연극 '정의의 사람들'의 고민이 우습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권력을 쥔 인간의 모습은 어떤 정치 형태이든 비슷한 것 같다.

1905년 '정의의 사람들' 과 2018년 '킬롤로지'

연극 '정의의 사람들'을 보면서 '킬롤로지'를 떠올린 이유는

극 중 사람들이 '살인을 대하는 자세'가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었다.

'킬롤로지(Killogy)'의 작가는 "On Killing(살인의 심리학)" 이라는 책을 읽고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 책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제2차 세계대전(1939~1945) 당시 

 적군에게 총을 쏜 군인의 비율은 15~20%에 불과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6.25전쟁(1950~1953)에서는 50%,

 베트남 전쟁(1960~1975)에서는 90%,

 현재는 거의 모든 군인들이 적군을 향해 총을 쏜다.

 과연 군인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전쟁의 역사란 살인에 대한 인간의 타고난 거부감을 줄이는 방법을 개발하는 방법의 역사다.

 (살인의 심리학(On Killing)  데이브 그로스먼 저)

두 연극을 보고 느꼈던 부분을 바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었다.

물론 게임은 현실이 아니고, 이런 세태가 오직 게임 때문만이라고 할 수도 없다.

연극 '킬롤로지'에서도 아버지로 대표되는 가족 관계의 붕괴와 폭력적인 게임, 모두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연극 '킬롤로지'의 작가 게리 오웬은

군인도 아닌 어린 아이들이 남에게 고통과 심지어 죽음을 가하는 게임을

오락 거리로 즐기는 현실에 대해 남다른 고민을 하며 이 극을 썼다고 한다.

실제로 1905년의 살인을 대하는 일반 사람들의 자세와

지금 2018년의 자세는 완전히 다르다.

사실.. 점점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중이다.

연극 '정의의 사람들'에서는 이것 외에도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었지만..

(그들 스스로 '오만'이라고 이야기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사랑.. 그리고 실제적인 행동들.. 내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겠다.)

'살인에 대한 논쟁' 이 부분이 내겐 가장 크게 다가왔다.

가정은 붕괴되고, 게임은 점점 더 정교하고 잔인해 지고(부분의 이야기일지라도)

현대 사람들의 스트레스와 분노는 점점 더 치솟는데..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무엇을 해야 하나.. 무력함만 느껴진다.

극 중, 데이브의 대사가 떠오른다.

  엄마한테 거리는 사이코들로 가득하고 

  매일 밤 집에 살아 돌아오는 게 기적이라고 말할 순 없쟎아요...

데이브를 사랑하지만 먹고 사느라 항상 바빠서

데이브의 현실이 어떤지 볼 수가 없었던 불쌍한 엄마, 그리고 데이브.. 

애도를 표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