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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공부방

책 - 몸은 기억한다(1)

몸은 기억한다
국내도서
저자 : 베셀 반 데어 콜크(Bessel Van Der Kolk) / 제효영역
출판 : 을유문화사 2016.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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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reater the doubt, the greater the awakening; the smaller the doubt, the smaller the awakening.
No doubt, no awakening. -C.C.Chang, The Practice of Zen

- 수년 전 큰 사건을 겪고 스트레스를 받은 이후에 병이 생겼다...
- 중환자실에 있는 친구를 면회하고 왔는데 돌연 죽음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일상 생활이 힘들다..
- 드라마에서 수갑을 철컹 채우는 소리를 들은 이후로 갑자기 공포심이 몰려와서 너무 힘들다.. 등

약국에 오시는 분들 중, 크고 작은 사건의 트라우마 때문에 일상 생활조차 힘들어 하시는 분들이 가끔 있었습니다.
반면에 어떤 분들은 누가봐도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잘 극복하고 정신적 트라우마없이 일상을 잘 살아가기도 합니다.
이런 분들에겐 약이나 영양제의 효과도 잘 나타납니다.

이 차이가 뭘까.. 예전부터 궁금하던 차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부록포함 600페이지나 되는 책이 쉽게 읽히진 않습니다.
내용도 생소하구요.. 그러나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블로그 제목(likesnails)처럼 천천히 읽어가며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이 책의 저자 베셀 반 데어 콜크(Bessel Van Der Kolk)는 1970년대부터 트라우마 즉,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연구해 온 세계적인 전문가입니다. 

그는 미국 베트남전쟁 참전 용사들의 정신적 문제들을 접하면서 트라우마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의문을 계속 발전시키며 트라우마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당시 주류 의학계가 환자의 살아온 배경에 대한 고찰없이 그저 증상 완화에만 관심을 가질 때, 저자는 환자의 경험, 삶에 관심을 두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하고 연구하였습니다. 이 책은 그 과정에 대한 생생한 기록입니다.

이 책은 1978년 7월,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베트남전 참전군인 '톰'을 만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톰을 비롯해 여러 참전군인들을 만나면서 저자는 트라우마에 대한 연구를 시작합니다.


1부. 트라우마의 재발견
1장.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이 알게 해 준 교훈

베트남전 참전군인이었던 톰은 성공한 변호사입니다. 
전쟁 후, 베트남에서 돌아온 그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대학을 졸업하고 유능한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10년이나 지난 베트남전의 꿈을 자주 꿉니다.

베트콩들에 의해 죽은 동료들과 자신이 죽인 베트남인들이 꿈 속에 등장합니다. 
아내와 아이들이 있지만 정상적인 가정 생활을 할 수도 없고 어느 순간,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아 가족들에게 나쁜 짓을 할까봐 집에 들어가지도 못합니다.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공허하기만 합니다.

그러면서도 베트남전에 함께 한 전우들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기 위해 악몽을 멈추게 할 약을 복용하지도 않습니다.
톰이 베트남에서 돌아온 지 10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베트남의 전쟁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트라우마는 기억의 질병입니다. 엄청난 일을 경험한 과거의 기억에 지배당해 사는 것입니다.

트라우마는 실제적으로 우리 뇌와 몸에 생리적인 변화를 일으켜 정신적인 증상 뿐아니라 실제 신체적인 반응을 나타냅니다.

트라우마 환자들에게는 아래와 같은 특징이 보입니다.


1. 자기 상실

정신적인 외상(트라우마)을 입은 사람들은 정상적인 삶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일들이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고 분노, 무기력 그리고 극심한 수치심(자신이 한 행동 또는 하지 않은 행동)을 느끼게 합니다.


2. 정서적인 무감각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톰은 순간적으로 치솟는 분노와 수치심 외에는 사실상 어떠한 감정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살아가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멀리서 다른 사람을 보는 것처럼 살아갈 뿐이었습니다.


3. 인식 체계의 변화

트라우마는 상상력과 정서적 인식에 변화를 일으켜 세상을 트라우마라는 안경을 통해서만 바라보게 합니다.

이 부분이 가장 흥미로왔고 또 무서웠습니다.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에게 '로르샤흐'검사를 했는데, 의미없이 흩트려진 잉크 방울을 보면서 떠오르는 이미지를 이야기 하는 방식입니다.

(※ 로르샤흐 잉크반점검사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5673999&cid=62841&categoryId=62841)

정상적인 사람들은 원숭이, 나비, 오토바이 타는 사람 등 평범하거나 기발한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은 잉크 방울을 보며 전쟁 중에 죽은 동료의 흩어진 살점, 핏자국 등을 떠올렸습니다.

그들의 상상력과 인식 체계조차 전쟁(트라우마)의 기억 속에 묶여 모든 것을 트라우마와 겹쳐서 바라보는 것이지요.

그들은 전쟁(트라우마)을 떠나서는 아무 것도 해석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잉크 방울을 보며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고 하는, 이미 마음이 기능하는 법(상상, 생각 등)을 잃어버린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상상력이 우리 삶의 질을 좌우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라고 하였습니다. 

상상을 통해 희망을 가지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지루한 일상을 달랠 수 있는데, 이 상상을 하지 못한다면 희망도 없고 목표도 없는 것이지요. 마치 좀비같은 상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 이들은 수년 또는 수십년 전에 일어난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삶을 연결해 줄 다리를 놓지 못한 채, 과거의 트라우마에 갇혀 버린 것입니다.


트라우마는 마음과 뇌가 인지한 정보를 다루는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편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과 생각하는 것을 바꾸어 놓을 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능력도 변화시킨다.

(신체가 자동으로 과도한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언제든 공격이나 폭력을 당할 태세를 갖추며 이에 따라 나타나는 신체와 호르몬 반응에) 실질적인 변화를 유도하려면, 위험 요소가 지나갔다는 사실을 신체가 깨닫고 주어진 현실을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본문 53쪽)


트라우마는 고민을 이야기하고 위로를 받는 다거나 마음에 다짐을 하는 것으로 치료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제는 안전하다"는 사실을 정신과 신체가 인식하고 우리 몸의 반응하는 방식을 바꿔줘야 합니다.

전문가와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트라우마를 나약한 마음의 문제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트라우마가 이렇게 한 사람의 마음과 신체를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을 새로이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어린 시절 아동학대(성폭력 등)의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런 피해자들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한 행동에 극심한 수치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마치 자신이 당한 모든 일들이 자신의 잘못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지요. 

또한 가해자가 피해자의 유일하거나 아주 가까운 보호자일 때, 피해자들은 나중에도 가해자와의 관계를 끊지 못하고 결국은 자신이 피해자인지, 아니면 가해자에게 동조한 것인지조차 헷갈리고 감정의 모든 경계가 다 무너져 버린다고 합니다.


미성년자 대상 성폭력인데도 아이의 몇가지 증언때문에 가해자에게 무죄 내지는 아주 가벼운 형벌이 내려지는 경우를 뉴스에서 보았습니다. 이것은 불가항력의 폭력을 겪은 아이의 심리를 이해하지 못해 내린 판결이란 생각이 듭니다. 


가끔 과도하게 화를 내시고 힘들게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혹시 그들 속에도 남들에게 드러내지 못한 트라우마가 있는 것은 아닌지..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바라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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