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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30 연극 아트

2020.04.30 오후 6시 / 백암아트홀


도대체 언제 본 연극인데.. 이제야 리뷰를 남기네요..




이 연극을 보면서 오랜 친구들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이후 함께 하는 4명의 친구들..

대충 계산해도 30년을 함께 한 친구들이네요.

결혼한 친구도 있고 아직 싱글인 친구들도 있고..


안재욱의 '친구'(중국 '붕우' 번안곡)라는 곡이 있죠..


"괜스레 힘든 날, 턱없이 전화해 말없이 울어도 오래 들어주던 너

늘 곁에 있으니 모르고 지냈어. 고맙고 미안한 마음들"


진짜 괜시리 힘들어 전화했는데.. ㅎㅎ  말없이 들어주길 바랬더니 각종 경험과 충고를 쏟아내 정작 하고픈 얘기는 하지도 못하고 전화를 끊게 하는 현실 친구..


아주 사소한 일로 기분이 상해 다신 보지 않을 듯 하다가도 어느 순간 단톡방에 들어와 서툰 사과를 하고 다시 뭉치는 친구들.. 




이 연극에서도 오랫동안 사귄 3명의 친구들이 나옵니다.


한 친구 세르주가 3억이나 주고 '하얀 바탕에 하얀색 선으로 그려진 그림'(물론 유명한 화가가 그렸다는)을 구입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세르주의 절친 마크는 세르주가 저런 그림을 그렇게 큰 돈을 주고 왜 샀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마크는 다른 친구 이반이 자신의 편을 들어주기를 바라며 이야기 합니다.

좋은 친구인 이반은 중간에서 마크의 편도 세르주의 편도 들어주기 어렵습니다.


세르주는 지금은 현대 미술을, 마크는 이전부터 고전 미술을 좋아합니다.

마크가 기억하는 세르주는 유머 감각이 있고 자신을 특별한 사람으로 인정해 주고 정말 잘 통하는 친구였죠.

그런데 세르주가 현대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더 이상 세르주에게 자신이 소중한 사람이 아닌 것처럼 느껴져 화가 납니다. 

세르주는 그저 마크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취향은 변할 수 있는 거니까요..) 봐 주기를 바라는데.. 

점차 친구들의 싸움은 아주 유치한 말싸움과 몸싸움(몸개그라는 말이 더 맞을 듯 ㅎㅎ)으로 변합니다.

그렇게 한참을 정신없이 싸우던 세 친구들은 마지막 놀라운 선택을 합니다.


세르주는 친구 '마크'가 여전히 소중한 친구라는 것을 증명해 주고 

마크는 자신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하얀 바탕에 하얀색으로 그려진 그림' 속에서 

온통 눈으로 덮인 아름다운 풍경과 하얀 옷을 입고 하얀 스키를 타고 유유히 눈 속으로 사라지는 한 남자를 발견합니다.

세르주와 마크의 갈등이 풀리는 이 과정에서 이반의 수성펜이 중요한 역할을 했지요. ^^

이 마지막 장면이 정말 아름답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랜 친구 관계는 오랜 부부같습니다.

오랜 시간 함께 한 부부는 전우와 같다고 하죠.

싸울 거리가 없는 게 아니라 싸울 거리를 만들지 않으려 노력하게 되죠.

저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말이 싸움을 일으키는지.. 경험으로 얻은 지혜를 통해 관계를 유지하게 됩니다.


오랜 친구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관계 유지에는 서로의 노력이 정말 필요합니다.

때론 그런 노력이 힘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우리는 혼자 살 수 없습니다.

한 겹의 줄은 쉽게 끊어지지만 삼겹의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 것처럼요.


얼마 전 몸과 마음이 힘든 날.. 평소에 전화는 거의 하지 않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잘 지내고 있니? 몸은 괜찮니?"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오랜 친구들이 있음에 감사한 날이었습니다.




세 친구들의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말들을 따라가기가 조금 힘들었지만 연극은 너무 재미있었고 배우님들은 마지막 난투극 후, 방전되서 쓰러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혼신의 힘을 쏟아 연기해 주었습니다. (나중엔 의자에서 일어나지도 못하는 듯..ㅎㅎ)


오랫만에 남편과 함께 문화생활 즐기고 아주 아주 만족하며 집에 돌아 왔네요.